목소리와 말 사이에서

007 목소리와 말 사이에서* *이 글은 2023 국립현대무용단 아카이브북 『카베에: 언/아카이브』에 수록된 글입니다.null에서는 하나의 공연을 주제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글을 비교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null의 멤버들(조형빈, 하상현, 하은빈)이 비평으로 참여했던 『카베에: 언/아카이브』의 세 개의 글을 싣습니다.  황수현 〈카베에〉 © 박수환,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0. 동굴 밖에서   〈카베에〉에서 본 것을 어떻게 글로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 글과 […]

‘저기’의 감각으로 구성된 공동의 정치성, 유령들의 몸

006 ‘저기’의 감각으로 구성된 공동의 정치성, 유령들의 몸* *이 글은 2023 국립현대무용단 아카이브북 『카베에: 언/아카이브』에 수록된 글입니다.null에서는 하나의 공연을 주제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글을 비교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null의 멤버들(조형빈, 하상현, 하은빈)이 비평으로 참여했던 『카베에: 언/아카이브』의 세 개의 글을 싣습니다.  황수현 〈카베에〉 © 박수환,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근육 하나의 근육이 솟아오른다. 미세하게 떨리며 곧게 나아가는 근육은 점차 […]

빛에 갇힌 동굴: 〈열병의 방〉과 이미지의 연극성

005 빛에 갇힌 동굴: 〈열병의 방〉과 이미지의 연극성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열병의 방〉 ©Kick the Machine Films   이야기는 동굴에서부터 시작한다. 땅속 깊이 자리 잡은 공간, 빛이 없는 어둠. 플라톤의 유명한 ‘동굴의 비유’에서 알 수 있다시피, 동굴은 빛과 어둠, 사물과 그림자 사이에서 유희하는 이미지의 역사적인 장소다. 그 어둡고 축축한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따라가 보면 태국의 […]

김온 《열린 추락 Open Fall》 리뷰:
오픈 리허설, 깨진 노트(101’0’0101’01’’01’’’00)

004 김온 《열린 추락 Open Fall》 리뷰: 오픈 리허설, 깨진 노트(101’0’0101’01’’01’’’00)   사진 제공: ⓒ 2023. 김온 courtesy the Artist   1.“오랜 시간 의식 불명에 빠져 있던 이가 깨어난 직후엔 자신이 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낯선 몸, 노화, 여러 장치의 삽관과 고정을 감각할 뿐이다. 마치 방금 태어났거나 잘못 조립된 듯 어색하다. 그리고 […]

궁금한 얼굴 시시한 질문

003 궁금한 얼굴 시시한 질문 모두예술극장이 개관한다. 갖가지 방식으로 새로운 극장을 염원해 온 나로서는 기다리던 소식이다. 극장 웹사이트에는 “장애 예술가들의 창작 육성 교류 활동을 위해 조성된 국내 첫 ‘장애 예술 공연장’”이라는 설명에 이어 “장애 예술가와 기술 스태프들이 물리적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창작의 과정과 공연, 운영 서비스 전반에 걸쳐 편의성과 접근성을 실현”했다고 […]

비평하는 마음

002 비평하는 마음 안녕하세요. 저는 하은빈이라고 합니다. 연극에 관한, 종종 무용과 퍼포먼스에 관한 글을 씁니다. 지난 몇 년간 이곳저곳에 공연비평을 기고하거나 연재해 왔지만 어디 가서 스스로를 비평가라고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비평 고정 연재를 시작할 때 제 이름 앞에는 ‘연극평론가’라는 말이 붙었는데요, 거북한 마음을 몇 개월 꾹 참았다가 슬쩍 ‘드라마투르그’로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딱히 더 편해진 것은 […]

비평의 시간

001 비평의 시간 예술의 존재론. 예술이 아름다운 것과 정치적인 것을 실체적으로 담보해 온 오랜 역사가 있다. 세계 안에 존재함으로써 세계를 추동하는, 하나의 힘으로 작동해 온 예술은 그렇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져 왔다. 이것은 모더니즘의 기치가 세계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어떤 ‘궁극적인 아름다움’으로서 예술을 파고들기 훨씬 이전에도, 인간이 무언가를 손으로 만들어 낸 이래(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

좌담: 지금, 비평의 지형과 요구들

000 좌담: 지금, 비평의 지형과 요구들 권태현, 라시내, 조형빈, 하상현, 하은빈, 한수민     우리에게는 어떤 비평이 필요한가   조형빈 오늘은 에디토리얼 콜렉티브 널(editorial collective null, 이하 『null』)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null』의 구성원들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이 매체를 통해 무엇을 보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여기에 모인 모두는 저마다 지금의 비평이 놓치고 있는 지점들을 해소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