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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에드아르두 비베이로스 지 카스트루Eduardo Viveiros de Castro가 말했듯이, “케이크를 정확하게 절반으로 자를 수는 없다. 언제나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약간 크다.” 가장 동그란 케이크를 가장 날카로운 칼로 가장 정확하게 자른다 해도 결코 완벽하게 ‘절반’에 이를 수 없다.
언어로서는 가능하지만 몸으로서는 불가능한 것, 혹은 불가능한 것으로서의 몸. 가장 정교한 언어로도 붙잡을 수 없는, 언어와 몸 사이에 사이로서 존재하는, 틈, 혹은 틈으로서의 몸. 공집합은 틈의 기호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으나, 그러한 없음으로서 그것은 존재한다. (공집합은 0이 아니다. 그것은 없음이 아니라, 없음의 있음이다.) 그것은 어떠한 원소도 가지지 않는 집합이자 모든 집합의 부분집합이다. 공집합의 존재는 부분집합들의 합이 전체집합과 일치하는 일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것은 총체성에 틈을 내는 틈이자, 모든 가능한 것에 속하는 불가능성이다.
editorial collective null
에디토리얼 콜렉티브 널(editorial collective null)은 몸과 예술에 대한 동시대적 관점을 제안하는 비평/편집동인이다.
널은 무용, 퍼포먼스, 공연을 주제로 삼아 지금 펼쳐지는 작업들이 동시대적으로 어떤 감각 속에 위치하는지 그 맥락을 짚고, 그것을 비평적 관점으로 해석해내는 담론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몸이 예술 안에서 단지 도구적으로 쓰이고 해석되는 지금의 한계들을 부수고, 몸이 만들어내는 ‘틈’, 언어화가 불가능한 찰나들을 포착하여 그것을 비평적으로 짚어내는 것이 매체의 목표다.
매끄러운 예술의 표면에 끊임없이 균열을 내는 것은 ‘지금 여기에 있는 몸’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나 어디에도 있는, 비어있음의 있음을 의미하는, 값 없는 표지인 null(∅)이 그것을 상징한다. 몸 그 자체는 예술의 외연에서 결코 쉽게 포착되지 않지만, 그것이 없이는 어떤 것도 설명될 수 없는 것으로서의 몸을 우리는 null(∅)이라고 부른다.
퍼포먼스 작가, 안무가, 큐레이터, 비평가 등 총 아홉 명으로 구성된 이 콜렉티브는 비정기적으로 비평을 만들어 웹사이트에 게재한다. 이 글들은 서로 이어지기도, 교차하기도 하면서 각자의 주제를 가지고 몸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members
조형빈(편집장)
공연을 보고 글을 쓴다. 몸이 무엇을 움직이는지 찾아내는데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사회학과 문화연구를 전공하고 몇 개의 매체들에 글을 실었지만, 좀처럼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어 떠돌이가 되었다. 몸의 비밀을 밝혀내는 위대한 작업을 만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hyeongbin_rd
권태현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한다. 예술계에서 활동하지만 쉽게 예술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에 항상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정치적인 것을 감각의 문제로 파악하는 관점에 무게를 두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monami153
라시내
연출가. 공연예술 연구자. 공연을 만들고 공연예술에 대해서 글을 쓴다. 안무가 최기섭과 함께 프로젝트 이인으로 콜렉티브 작업을 해 왔다. @hunerfantastisk
이민주
서양화와 미술이론을 전공했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며 프로젝트를 꾸린다. 신체와 이미지의 관계, 이미지가 만드는 사건과 수행적 성질에 주목하며 비평적 글쓰기를 고민한다. @leemnjoo
이혜령
제너럴쿤스트에서 글을 쓰고 공연을 만든다. 관객의 몸으로 객석에 앉으면 종종 공허함을, 혹은 가지런한 소외감을 느끼곤 했다. 뒤따르는 기분과 결심들로 〈극장종말론:입문편〉(2021), 〈대극장 짓기〉(2022) 등을 쓰고 만들었다. @hyeryunglee_
하상현
퍼포먼스 창작자로 작업을 하다가, 2022년부터 기획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조각과 퍼포먼스에 관심이 있으며, 에로티시즘, 여성주의, 퀴어성을 탐구하는 기획 유닛 QF로도 활동하고 있다. 소수자의 시점을 다룬 전시 《Bench Side》(d/p, 2023)를 공동 기획했다. @sanghyunnha
하은빈
목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했으며 글을 쓰고 공연을 한다. 일라이 클레어의 『눈부시게 불완전한』을 우리말로 옮겼다. 불구의 몸, 상한 마음, 잘못한 사람에 관심이 있다. @bingguuu
한수민
사라지지 않고 지속하는 퍼포먼스에 흥미가 있다. 무대가 끝나고 그 다음 단계의 퍼포먼스에 관심이 있으며, 움직임을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다. 관심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하고, 무대를 만드는 여러 종류의 일들을 조금씩 할 줄 안다. @suuu_min_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