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침번이 끄덕끄덕 잠에 들고
오래 울린 전화기가 침묵하고:
시몬, 보영 낭독회 〈침범, 불침번〉

012 불침번이 끄덕끄덕 잠에 들고오래 울린 전화기가 침묵하고:시몬, 보영 낭독회 〈침범, 불침번〉 〈침범, 불침번〉©스페이스 미라주   그러니까 이 공연에 그냥 들어갈 수는 없다. 흰 현수막에 파묻혀 널브러져 있는 좁은 출입구를 명백하게 가로막으며 엎드려 누운 보영을 못 본 체하면서 입장할 수는 없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일제히 오르는 다른 관객들의 행렬을 등 뒤에 두었으므로 떠밀리듯 고분고분 다리를 […]

좌담: ‘독립무용생태계를 위한 액션 연대’가 바라보는 것들

011 좌담: ‘독립무용생태계를 위한 액션 연대’가 바라보는 것들 정리_조형빈   좌담 일시_ 2024년 2월 19일 월요일좌담 장소_ 서울 모처모더레이터_ 권태현참가자_ 김현진 이소영 장수미조형빈 최기섭 한연지     ‘액션’의 구성 권태현 오늘 모여주셔서 감사하다. ‘독립무용생태계를 위한 액션 연대(이하 독무액)’의 활동들을 알고 있었고 지켜봤지만, 조금은 거리를 두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추천을 받아 널의 멤버로서 […]

〈비평하는 마음〉을 쓰신 하은빈 님에게.

010 〈비평하는 마음〉을 쓰신 하은빈 님에게. 안녕하세요? 배우 배선희입니다. 지난해 9월, 은빈 님의 〈비평하는 마음〉을 읽고 든 생각을 편지로 회신하는 상상을 계속했습니다만 아직도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갈래로 뻗치는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자욱한 안개를 삼킨 것처럼 마음이 자꾸 답답해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동안 은빈 님께 받았던 “좋은 대답”1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극장 잠: 황수현 〈Zzz〉

009 극장 잠:황수현의 〈Zzz〉 황수현 〈Zzz〉 ©오석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제공     소파 깊숙이 앉아 책을 펼쳤는데, 어느샌가 졸았다. 졸음이 가시지 않은 채로 단어 몇 개가 눈 안에 든다. 짧은 꿈에서 소설 같은 대사 몇 마디 들은 것도 같다. 꿈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대낮의 극장에서 잠결에 발견했던 것들을 느낀다. 이를테면 어슴푸레한 […]

구멍 난 몸, 드나드는 춤: 감염병의 시대에 우리의 불온한 춤을 지속하는 법

008 구멍 난 몸, 드나드는 춤: 감염병의 시대에 우리의 불온한 춤을 지속하는 법1* *이 글은 2023 국립현대무용단 아카이브북 『카베에: 언/아카이브』에 수록된 글입니다.null에서는 하나의 공연을 주제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글을 비교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null의 멤버들(조형빈, 하상현, 하은빈)이 비평으로 참여했던 『카베에: 언/아카이브』의 세 개의 글을 싣습니다.  황수현 〈카베에〉 © 박수환,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카베에(caveae)〉의 몸들을 바라보며 구멍 난(porous) […]

목소리와 말 사이에서

007 목소리와 말 사이에서* *이 글은 2023 국립현대무용단 아카이브북 『카베에: 언/아카이브』에 수록된 글입니다.null에서는 하나의 공연을 주제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글을 비교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null의 멤버들(조형빈, 하상현, 하은빈)이 비평으로 참여했던 『카베에: 언/아카이브』의 세 개의 글을 싣습니다.  황수현 〈카베에〉 © 박수환,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0. 동굴 밖에서   〈카베에〉에서 본 것을 어떻게 글로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 글과 […]

‘저기’의 감각으로 구성된 공동의 정치성, 유령들의 몸

006 ‘저기’의 감각으로 구성된 공동의 정치성, 유령들의 몸* *이 글은 2023 국립현대무용단 아카이브북 『카베에: 언/아카이브』에 수록된 글입니다.null에서는 하나의 공연을 주제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글을 비교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null의 멤버들(조형빈, 하상현, 하은빈)이 비평으로 참여했던 『카베에: 언/아카이브』의 세 개의 글을 싣습니다.  황수현 〈카베에〉 © 박수환,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근육 하나의 근육이 솟아오른다. 미세하게 떨리며 곧게 나아가는 근육은 점차 […]

빛에 갇힌 동굴: 〈열병의 방〉과 이미지의 연극성

005 빛에 갇힌 동굴: 〈열병의 방〉과 이미지의 연극성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열병의 방〉 ©Kick the Machine Films   이야기는 동굴에서부터 시작한다. 땅속 깊이 자리 잡은 공간, 빛이 없는 어둠. 플라톤의 유명한 ‘동굴의 비유’에서 알 수 있다시피, 동굴은 빛과 어둠, 사물과 그림자 사이에서 유희하는 이미지의 역사적인 장소다. 그 어둡고 축축한 공간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따라가 보면 태국의 […]

김온 《열린 추락 Open Fall》 리뷰:
오픈 리허설, 깨진 노트(101’0’0101’01’’01’’’00)

004 김온 《열린 추락 Open Fall》 리뷰: 오픈 리허설, 깨진 노트(101’0’0101’01’’01’’’00)   사진 제공: ⓒ 2023. 김온 courtesy the Artist   1.“오랜 시간 의식 불명에 빠져 있던 이가 깨어난 직후엔 자신이 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낯선 몸, 노화, 여러 장치의 삽관과 고정을 감각할 뿐이다. 마치 방금 태어났거나 잘못 조립된 듯 어색하다. 그리고 […]

궁금한 얼굴 시시한 질문

003 궁금한 얼굴 시시한 질문 모두예술극장이 개관한다. 갖가지 방식으로 새로운 극장을 염원해 온 나로서는 기다리던 소식이다. 극장 웹사이트에는 “장애 예술가들의 창작 육성 교류 활동을 위해 조성된 국내 첫 ‘장애 예술 공연장’”이라는 설명에 이어 “장애 예술가와 기술 스태프들이 물리적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창작의 과정과 공연, 운영 서비스 전반에 걸쳐 편의성과 접근성을 실현”했다고 […]